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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 (The Intern, 2026) 리뷰 (배경, 캐스팅, 감상)

by 사이이음 2026. 10. 20.

육아로 일을 내려놓은 지 십여 년, 쏟아지는 새 기술들 앞에서 괜히 주눅이 들던 어느 날 《인턴》을 보러 갔습니다. 스크린 안에서 70대 김기호가 젊은 동료들 틈에 어색하게 앉아 있는 걸 보는데, 묘하게 그 자리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오래 잊고 있던 감각 하나가 스르르 돌아오는 것 같은 영화였습니다.



세금 감면 혜택으로 시작된, 의외의 인연

2015년 할리우드 원작을 처음 봤을 때도 꽤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한국판 리메이크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유명한 원작을 국내에서 다시 만든다는 건 언제나 양날의 검이니까요.

영화의 배경은 2026년 서울입니다. 패션 커머스 스타트업 '우투'를 창업 3년 만에 매출 100억 원대로 키워낸 젊은 여성 CEO 이선우(한소희)가 주인공입니다. 여기서 스타트업(startup)이란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빠른 성장을 목표로 하는 초기 기업을 의미합니다. 이선우는 바쁘고 예민하며 철저한 사람이지만, 회사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쌓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시니어 인턴 채용 공고가 올라갑니다. 사실 목적은 순수하지 않습니다. 시니어 인턴을 채용하면 세제 혜택, 즉 법인세 감면 같은 세금 절감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회사 측도 딱히 큰 기대 없이 뽑은 자리였죠. 그 자리에 지원한 사람이 바로 출판계에서 수십 년을 일하다 은퇴한 김기호(최민식)입니다.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지내다가 우연히 공고를 발견하고 지원했다는 설정인데, 이 단순한 계기가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출발점이 됩니다.

채용이 확정됐을 때 회사 내부 반응이 걸작이었습니다. 어디 팀에도 배치하기 애매하니 "CEO 직속"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줬고, 이선우는 처음에 그 사진을 보더니 "이 무서운 사람 누구예요?"라며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그렇게 어색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 개봉일: 2026년 9월 16일 /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상영 시간: 132분 / 쿠키 영상 1개 (크레딧 초반 바로 등장)
  • 감독: 김도영 (《82년생 김지영》, 《이프 온리》)
  • 원작: 2015년 할리우드 영화 《인턴》 (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 니로 주연)
요약: 세금 감면이라는 현실적 장치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2026년 한국 스타트업 문화에 맞게 배경을 촘촘하게 재설정했습니다.

 

최민식과 한소희, 예상 밖의 조화

솔직히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이 둘의 조합이 선뜻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최민식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과 한소희가 가진 세련된 이미지가 한 프레임에 공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죠. 그 걱정은 완전히 기우였습니다.

제가 직접 스크린에서 확인해보니, 최민식의 눈빛 연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표정 하나로 감정의 결을 전달하는 장면들이 군데군데 있는데, 그 무게감이 132분 내내 영화를 붙들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일본 이자카야 장면은 짧지만 영화 전체에서 가장 오래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왜 그런지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그 침묵이 참 많은 것을 담고 있었습니다.

한소희가 연기하는 이선우 캐릭터는 원작의 줄스보다 훨씬 감정 진폭이 넓습니다. 까칠하고 완벽주의적이면서도 어느 순간 무너지는 모습, 그 경계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연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감정 기복이 큰 캐릭터는 자칫 일관성을 잃기 쉬운데, 한소희는 그 불안정함 자체를 캐릭터의 매력으로 만들었습니다.

조연진도 흠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김기호의 인턴 동기로 등장하는 김요한, 윤상정과의 티키타카 장면들은 무거운 흐름 사이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했고, 사내 카페 사장 금순 역의 김금순, 부대표 역의 김준한, 경영지원팀장 역의 류혜영도 각자의 자리에서 빈틈 없이 제 역할을 해냈습니다. 특별 출연인 강태오, 한지은도 짧은 분량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느낀 한 가지 아쉬움은, 김기호라는 캐릭터 자체가 가진 서사적 깊이였습니다. 출판계에서 수십 년을 쌓아온 내공이 있을 텐데, 그 경험치가 영화 안에서 제대로 발휘되는 장면이 생각보다 짧고 가볍게 지나갔습니다. 재무제표를 설명해준다거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라고 조언하는 장면들이 있긴 한데, 너무 찰나여서 서사와 연결되는 느낌이 약했습니다. 캐릭터 자체보다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이 그 빈틈을 채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에 따르면 리메이크 영화는 원작 인지도에 기댄 초기 흥행이 강한 반면, 독자적인 서사 구축이 부족할 경우 후반 입소문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이 영화가 딱 그 경계선에 걸쳐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약: 최민식과 한소희의 조합은 예상을 뛰어넘는 조화였고, 조연진까지 완성도 높은 앙상블을 이뤘지만, 김기호 캐릭터의 내공이 충분히 서사에 녹아들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육아 공백 10년, 이 영화가 건네는 말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건, 사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보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출산과 육아로 일을 내려놓은 지 십여 년이 됐습니다. 예전에 파워포인트 발표자료 하나 깔끔하게 만들면 어디서든 당당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세상이 완전히 달라진 느낌입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 즉 텍스트나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기술이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낯선 플랫폼들이 매일 새로 쏟아집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제 내가 필요한 곳이 있을까"라는 무기력감이 슬그머니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김기호가 회사 안에서 겪는 소외감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일을 시키지 않아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만 있는 장면, 세대 차이를 실감하며 혼자 멈칫하는 순간들.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런 감각은 나이나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영화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시대적 흐름, 다시 말해 AI와 자동화 기술이 산업 전반을 바꿔가는 과정 속에서, 그 속도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꺼냅니다. 그런데 김기호는 기술로 승부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읽고, 상황을 파악하고, 타이밍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갑니다. 그 과정이 너무 쉽게 풀린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고, 저도 그 부분이 아쉽긴 했습니다만, 그 방향성 자체는 충분히 울림이 있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인턴》은 개봉 첫 주 스크린 흥행 성적이 기대에 다소 못 미쳤습니다(출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KOBIS). 개인적으로도 그 성적이 아쉬웠습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한국 영화였으니까요.

AI 활용 장면이나 유행어 장벽 같은 에피소드들도 2026년 트렌드에 맞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부부 갈등 요소에서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각색도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졌습니다. 한 가지 개인적으로 맞지 않았던 건, 중반부에 나오는 클럽 댄스 장면이었습니다. 흐름상 다소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장면만큼은 몰입이 깨졌습니다.

 
 
 
요약: 빠른 기술 변화 앞에서 느끼는 소외감, 그리고 그럼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화면 밖의 누군가에게도 조용한 위로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작 《인턴》을 안 봤어도 즐길 수 있나요?

A.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원작을 몰라도 서사가 자연스럽게 따라가집니다. 오히려 원작을 본 분들은 각색된 부분들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고,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이야기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Q. 쿠키 영상이 있나요? 끝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A. 쿠키 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크레딧이 주연 배우들 이름을 잠깐 보여주고 바로 등장하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자리를 유지하면 됩니다.

 

Q. 최민식이랑 한소희 두 사람의 연기 궁합이 어떤가요?

A. 처음엔 저도 잘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러웠습니다. 최민식의 묵직한 존재감과 한소희의 예민하고 세련된 캐릭터가 오히려 대비되면서 서로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소희가 이 영화에서 특히 빛났다고 느꼈습니다.

 

Q. 아이랑 같이 봐도 되는 영화인가요?

A. 관람 등급이 12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폭력적인 장면은 없고 가족 관계나 직장 생활을 다루는 드라마 위주라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직장 내 갈등이나 부부 관계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어린 아이보다는 초등 고학년 이상과 함께하는 편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결론

별점 세 개짜리 영화라고 했을 때, 그게 실망스럽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 기준에서 별 셋은 "안심하고 권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캐스팅도, 각색도, 연기도 모두 준수하고, 원작에 익숙한 분들도 한국적으로 재해석된 결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제 머릿속에는 최민식의 눈빛보다 이 질문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영화가 그 답을 완벽하게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질문을 던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이유는 있었습니다.

원작이 그립다면 그냥 원작을 다시 보는 것도 방법이고, 한국 배우들의 앙상블을 좋아하신다면 극장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GJk0_27jcA&t=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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